저는 청명 활동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영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평소엔 안 보던 영화를 한 번씩 더 보게 되고, 좋아했던 영화는 여러 번 찾아보게 되면서 영화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되었어요. 이제라도 영화의 매력을 알게 돼서 참 다행입니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대부분 길어야 3시간 남짓인데 그 짧은 러닝타임이 깊은 여운으로 남는 것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2시간짜리 영화가 20년 이상 마음속에 남는 기분이랄까요? (웃음)
‘선물’ 이라는 닉네임은 영화<7번방의 선물>을 떠올리며 정하게 됐습니다. 단비 같고 모두가 받고 싶은 호화로운 선물은 아닐지언정 단 한 명이라도, 누군가에게 동화 같은 순간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보았어요.
조금은 엉성하고 투박한 글일지라도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적었으니 지금 읽고 계신 님께 이 마음이 닿길 바랍니다.
입추와 처서가 지나고 백로가 되어서야 완연한 가을이 시작됨을 코끝으로 느낄 수 있었어요.
백로가 왔음을 오늘 새벽 공기로 인해 가득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백로는 24개의 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로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입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했다고 해요.
출처:한국세시풍속사전
그래서인지 9월의 초입엔 그동안 더워서 하지 못했던 산책이나 바깥을 여유롭게 거닐고 싶은 마음을 잔뜩 먹는 것 같습니다. 날씨 좋은 날에 해 질 녘 하늘을 바라보면서 말이죠.
출처-시네마서비스
“난 하늘이 좋아, 아무리 봐도 안 질리고 보고 싶지 않을 때는 안 볼 수도 있고 보고 싶을 때는 어디서나 볼 수 있잖아.’
영화<마들렌>대사중
출처-시네마서비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선선하고도 따뜻한 로맨스 영화 <마들렌>입니다. 가을의 시작점에서 하늘을 보며 달콤한 여유를 계속해서 곱씹다 보니 하늘처럼 부드럽고 구름처럼 폭신한 주인공 ‘지석’(조인성)과 ‘희진’(신민아)의 사랑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낭만 가득한 소설가를 꿈꾸는 국문학도 지석은 반반한 외모에 순수한 감정까지 갖추고 아르바이트까지 착실하게 하는 청년입니다. 하지만 그에게 단점 아닌 단점이 있다면 바로 모태솔로라는 것.
어느 날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간 지석은 우연히 중학교 동창이었던 희진을 만나게 됩니다. 손님 대 헤어디자이너로요. 중학교 졸업 이후 처음 만났지만, 서로에게 심상치 않은 눈빛을 보내고 그날 이후 지석과 희진은 우연처럼 마주치게 됩니다.
지석은 차분하고 신중한 성격에 독서를 좋아하는 순정남이고, 희진은 즉흥적이고 당찬 성격에 컴퓨터 게임을 즐겨합니다. 이렇게 둘은 서로의 다름에 끌리게 되죠.
출처-시네마서비스
서로를 좋아하고는 있지만 선뜻 고백은 못하고 있는 둘. 당찬 희진은 지석에게 먼저 고백하지만, 연애가 처음인 지석은 희진에게 대답하지 못한 채 얼버무립니다. 그런 희진은 지석에게 한 달간의 계약 연애를 제안합니다. 대신 ‘한 달이 지나면 멋지게 헤어지기’ 라는 계약 조건을 걸고요.
한 달 계약 연애를 시작한 둘. 희진은 지석이 좋아하는 책을 똑같이 따라 읽고, 지석은 희진이 좋아하는 컴퓨터 게임을 배웁니다. 또 평생 머리에 파마와 탈색 한 번 해본 적 없는 지석이 희진으로 인해 탈색을 합니다. 서로에게 스며들고 취향을 공유하며 닮아가는 희진과 지석이었죠.
출처- 시네마서비스
“야이거원래이렇게따갑니? 두피가타들어가는거같아.”
“지석아원래첫경험에는아픔이따르는거란다.”
이렇게 서로 다른 둘이 서로를 닮아가던 그때, 지석은 그의 중학교 시절 첫사랑이었던 성혜를 만나게 됩니다. 지석은 첫사랑인 성혜를 보고 마음이 조금 흔들렸고, 이를 본 희진은 그녀에게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결국 둘은 다투게 되죠. 설상가상 희진의 충격적인 소식까지 더해지고 마는데요, 희진의 임신 소식이었습니다. 지석을 만나기 전에 만났던 전남자친구인 준호의 아이였죠.
출처-시네마서비스
희진은 지석에게 임신 사실을 고백합니다. 지석은 희진을 정말 사랑한 나머지 그런 그녀를 놓치지 않고 함께 하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희진은 지석이 이런 자신과 함께 간다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결국 이 둘은 한 달이 지나 헤어지게 됩니다. ‘멋지게 헤어지기’는 지석과 희진 모두 지키지 못한 거 같지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 둘은 서로를 잊지 못합니다. 탈색 머리를 했던 지석은 다시 희진에게 찾아가게 되고
“처음은 아니니까 덜 따갑겠지?”
“글쎄, 처음보다 더 따갑고 아플지도 모르지.”
지석과 희진의 두 번째 처음. 진정한 연애의 시작으로 영화는 막이 내리게 됩니다.
너무나도 다른 둘의 사랑이었기에 더욱 애틋해 보였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게 처음이었던 지석과 지석 같은 사람이 처음이었던 희진의 이야기가 감미로웠어요. 서로가 다른 처음을 느끼며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게 낭만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는 아직도 지석과 희진이 계속해서 마들렌 같은 부드러운 사랑을 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면서요.
9월 8일 새벽에 여러분께 완연한 가을을 눌러 담아 보냅니다. 오늘의 날씨를 가득 머금길 바라요- 그리고 언제나 여러분의 곁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