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의 무비 레터를 맡게 된 에디터 고니입니다.
무비 레터를 구독하신 여러분들이라면, 다들 한국 영화에 많은 관심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한국 영화는 사랑, 우정, 가족, 갈등, 욕망 등 인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에 깊이 다가가 영화 속 인물에 공감하며 동기화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주곤 합니다. 저 역시도 이러한 한국 영화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처음으로 한국 영화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어준 작품을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제 닉네임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바로 영화 ‘타짜’입니다. <타짜>는 도박을 통해 돈과 성공을 얻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열망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영화 속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은 저에게 다양한 공감대를 던져주었고 타짜들의 세계에 빠져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타짜>를 본 후 ‘한국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었나?’ 라는 생각을 하며 하루에 꼭 한 두 편씩은 한국 영화들을 찾아보았는데요. <타짜>를 본 기점으로 나만의 영화 취향을 찾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만의 취향을 찾아주었던 영화 <타짜> 속 인물 ‘고니’의 이름을 빌려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한 편씩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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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24 절기 중 13번째 절기로 양력 8월 8일 무렵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뜨거운여름의 열기가 남아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입추가 지나서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조정이나 각 고을에서는 비를 멎게 해 달라는 기청제를 올렸다고 할 정도로 입추의 날씨에 따라 한 해의 풍흉을 좌우했다고 합니다. 입추는 곡식이 여무는 시기이므로 이날 날씨를 보고 하늘이 ‘청명’하면 만곡이 풍년이라 여겼다고 합니다.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 사이에서 한 해를 알아보는 분기점이 되어주는 입추. 그리고 아이와 어른의 사이에서 아등바등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는 세 친구들이 생각났습니다. 누구나 내가 한 선택이 최선이었을까?라는 고민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만큼 커다란 짐이 되기도 하죠. 어른도 아이도 아닌 이상한 경계 사이에서 하게 되는 선택들은 지금 당장 풍년이 들지 흉년이 들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 ‘최선의 삶’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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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강이’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학교 안팎으로 어디에서나 붙어 다니는 세 친구 ‘강이’, ‘소영, ‘아람’. 세 친구들은 지루한 체육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 쓰러지는 연기를 마다하지 않고, 그저 그런 모습들이 마냥 웃긴 평범한 여고생들이었습니다.
가끔 술을 마시고 외박을 해도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는 소영이 함께했기에, 소영과 하는 일은 언제나 정당방위가 되었고, 어른들은 공부도 못하는데 평범하고 가난하기까지 한 아람, 강이라는 덩어리들을 싫어했지만 예쁘고 똑똑한 소영이라는 개인을 좋아했습니다.
“나 집 나갈 거다. 같이 나갈 사람?”
소영이의 한 마디에 강이, 아람, 소영 세 사람은 다시 뭉쳐 무작정 서울로 발을 옮겼습니다. 강이는 돈도 없고 계획도 없었지만 셋이 함께했기에 즐거웠고, ‘최선의 결과’만을 낳는 ‘소영’의 선택을 동경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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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작정 시작한 가출의 끝은 현실이었습니다. 돈은 점점 떨어져 갔고, 도와주겠다고 접근한 아저씨는 성추행을 시도했고, 희망에 부푼 채 도전했던 슈퍼모델 선발 대회에서 떨어진 소영은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하루하루 길거리를 배회하는데 지친 소영은 엄마 카드를 이용해 반지하방을 구하게 됩니다. 세 친구가 안전하게 머무를 곳이 생겼지만, 이들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이 낡고 지친 반지하방이었습니다. 아람은 술집 일을 시작했고 얼굴에 멍이 잔뜩 들어오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그런 아람을 보고 소영은 “존나 더러워”와 같은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고 강이는 소영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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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과 강이 사이에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얼음물을 끌어안아도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열대야 속, 온몸에 흐르는 땀이 거슬렸던 소영과 강이는 결국 속옷까지 벗어던지고 서로를 바라봅니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입까지 맞춘 두 사람.
그리고 그렇게, 세 사람의 가출은 끝이 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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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돌아온 세 사람의 관계는 가출 전과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소영은 아람에게 술집에서 일 한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했고, 강이를 대놓고 무시하고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알 수 없는 소영의 이러한 행동에 강이는 버거움을 느끼며 돈도, 지낼 곳조차 없어도 셋이 함께 여서 마냥 즐거웠던 그때를 그리워합니다.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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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이가 가졌던 일말의 희망조차 곧 무너져 내리고 맙니다. 소영은 강이에게 예전처럼 같이 놀자고 불러낸 뒤 강이의 머리채를 잡고 둘은 이리저리 치고 박기 시작합니다. 이 날 이후 강이는 학교에서 철저한 혼자가 되었습니다.
여전히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혼자가 된 강이는 어른들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하지만 강이의 일말의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선생님의 비난의 화살은 강이를 향해 쏟아졌습니다.
이야기에 끝에서 강이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요? 강이는 최선의 삶에 도달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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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삶’은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지내는 것이 최선의 삶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휘하며 성공적인 경력을 쌓는 일이 될 수도 있겠죠. 강이에게 최선의 삶은 세 친구와 함께 웃고 떠드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당장의 강이는 최선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강이의 선택이 그랬듯, 각자의 삶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해오던 선택들이 가끔은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니까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입니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고민을 거듭하며, 최선의 선택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인생이죠. 지금 당장 생각했을 때 우리가 내린 선택들은 최선일수도, 최악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래를 예측하거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계획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죠. 우리는 항상 모르는 것들과 마주하면서 살아갑니다. 때로는 잘못되었다고 느끼기도 하고, 후회하게 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에게 우리는 성장하고 또 배우며,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갑니다. 하나의 선택에 있어 아파하기 보다는 선택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언젠간 ‘강이’도 우리 역시도, 최선에 가까워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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