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뿔도 녹이는 더위, 대서
안녕하세요 님!
다섯번째 무비 레터를 맡게 된 노바디입니다.
여러분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영화를 만난 적이 있으신가요?
저에게는 지금까지 봐온 수많은 영화 중 제 인생의 길을 정하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되어준 영화가 있습니다. 그 영화의 제목은 바로 < 미스터 노바디> 입니다. 저의 기억으론 중학교 3 학년이 되기 전 겨울방학, 잠이 오지 않아 틀어본 TV 속 KBS ‘ 독립영화관’ 에서 막 시작한 영화가 바로< 미스터 노바디> 였습니다.
< 미스터 노바디> 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인생의 선택지를 모두 살아볼 수 있는 남자 ‘ 미스터 노바디’ 니모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는 선택지에 따라 달라지는 니모의 수많은 인생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 선택’ 에 대한 질문을 던져 줍니다.
저는 영화를 보곤 아름다운 색채와 수많은 서사, 그리고 보는 이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시작된 저의 막연한 꿈은 지금도 저에게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제목에서 저의 닉네임을 정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인생 영화를 만나셨길, 아직 만나지 못했다면 곧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
( 사진출처_ 한국민속대백과사전)
7 월 23 일 대서, 여러분들은 여름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더위를 많이 타고 땀도 많아 여름을 꺼리는 편입니다.
무더운 여름, 그 중에서도 대서는 일 년 중 가장 더운 절기를 말합니다.
24 절기 중 12 번째 절기로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를 담당하고 있는 대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장 더운 시기인 초복, 중복, 말복 중 중복과 그 시기가 겹쳐 장마가 끝나고 가장 더위가 심한 때입니다.
매우 심한 더위 때문에 대서에는 " 염소 뿔도 녹는다." 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 더위에 뒤지지 않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코치님과 선수들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진해 중앙고 복싱부원들과 그들의 코치이자 전 아시아 중량급 챔피언 박시헌( 진선규) 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카운트' 입니다.
(사진출처 _CJ E&M)
진해 중앙고에서 체육 선생님 일을 하는 시헌은 남들에게 말 못할 과거를 지닌 채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사실 그의 과거는 너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서 비밀이라 하기 어려운데, 그 비밀은 바로 그가 전 아시아 복싱 챔피언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사실입니다. 아시아 챔피언과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찬란한 업적을 가진 그는 도대체 왜 숨기고 살아갈까요?
(사진출처 _CJ E&M)
그 이유는 바로 그가 금메달을 땄던 1988 년 올림픽에서 그가 치른 결승전의 판정이 편파적이라는 많은 논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금메달을 따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 때문에 수많은 구설에 오르던 그는 결국 복싱을 그만두고 평범한 체육 선생님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석한 대표선발전에서 승부조작으로 인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윤우( 성우빈) 가 기권패를 당하는 모습을 본 시헌은 이후 학교에서 윤우를 마주치고 학교에 복싱부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독기를 충전한 ‘ 윤우’ 를 필두로 열정만 가득한 ‘ 환주’ 그리고 얼떨결에 복싱부에 가입한 복안, 가오, 복코 여기에 그들의 코치 시헌 6 명으로 이루어진 복싱부의 유쾌한 동행이 시작됩니다.
(사진출처 _CJ E&M)
유망주 윤우를 제외하곤 복싱의 ‘ ㅂ’ 자도 모르는 오합지졸이 모여 결성한 복싱부, 그들의 여정은 힘들기만 해 보입니다. 기초적인 체력훈련조차 따라오지 못하는 나머지 아이들은 과연 이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지만 이내 체력훈련도 곧잘 따라오고 서서히 기본기가 잡히기 시작하면서 제대로 된 복싱부의 모습을 갖춰 갑니다.
마침내 시작된 첫 시합, 윤우를 제외한 모든 아이는 토너먼트 초반에 모두 탈락하고 마지막 남은 윤우마저 다시 한번 편파 판정으로 억울한 패배를 맛봅니다. 그러나 제자의 억울한 패배에도 자신에게 씌워진 비겁한 승자라는 프레임으로 인해 아무런 저항도 못 하는 시헌은 복싱부의 코치직을 내려놓게 되고 윤우는 그런 시헌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사진출처 _CJ E&M)
“ 감기에 걸린 거를 약을 안 먹고 이겨내면 면역력이 세져, 면역력이 세져서 몸이 억수로 건강해진다 아이가 그러면 그기 쓰잘데가 있는 거잖아. 의미가 있다 아이가”
결국 또 비겁한 도망자가 되어버린 시헌은 다음 선발전 당일 의외로 ‘ 동네 바보’ 친구 만덕( 고규필) 의 말에서 무언가 깨닫고 시합장으로 향합니다. 시헌이 저지른 폭력사건 때문에 그는 시합장에 들어가지 못하지만 감시를 뚫고 몰래 그의 제자 윤우를 응원하러 갑니다. 스승의 부재로 인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던 윤우는 이내 시헌의 말을 듣고 마음을 다잡습니다.
(사진출처 _CJ E&M)
그렇게 올라간 링 위에서 윤우는 시헌과 동료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승리를 만들어내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박시헌 선수는 88 올림픽에서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인해 수많은 비판을 받고 복싱선수를 그만두게 됩니다. 하지만 13 년간 학생들을 가르치다 이후 국가대표 코치, 감동으로 활동했고, 그의 승부조작 논란도 결국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사진출처 _CJ E&M)
영화에서는 시헌과 윤우의 서사가 중점적으로 다뤄집니다. 저는 둘의 서사에서 윤우를 통해 안될 것만 같고 나에게 불공정한 결과가 계속되어도 결국은 자신의 노력으로 불공정을 이겨내는 의지를, 시헌을 통해 세상의 비판과 차별을 이겨내는 것은 결국 자신의 당당함과 ‘ 정공법’ 뿐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분명 이글을 보는 많은 여러분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치열한 더위와 더불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속에서 치이기도 하고 힘들 땐 지쳐 쓰러질 것만 같다는 생각도 하며 저마다의 목표를 향해 누구나 나름의 방법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겠죠.
지금 이 여정이 어디에 닿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언제 지쳐 쓰러질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죠. 그러나 우리는 누가 뭐라고 하든 정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우와 시헌처럼 말이죠. 그러다 보면 언젠가 우리도 어딘가에 닿아 있지 않을까요?
또는 비록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해 온 것들의 대해 후회는 남기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지독한 더위와 싸우는 것만 해도 지치는 요즘이지만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우리 모두 목표를 향해 걸어가며 이 여름이 더위보다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던 시기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
여름의 치열함을 담아, 청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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