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순서를 맡은 ’타인‘입니다:) 절기에 맞춰 여러분들께 저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 있게 되어 걱정이 되기도, 설레기도 합니다.
앨프리드 히치콕은 영화란 지루한 부분이 편집된 인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여러분에게 영화는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혹은 어떠한 것으로 표현할 수 있나요?
저는 영화란 ‘나와 같은 타인의 이야기’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결국 나와 다른, 타인의 이야기임이 틀림없지만 등장인물 또는 감독의 생각에서 스스로와 닮은 부분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영화를 떠올렸을 때 ‘타인’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닉네임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또 ’완벽한 타인‘이라는 영화를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정의에 매우 부합했던 타인들의 이야기였기에, 닉네임을 선정하며 이 영화를 떠올렸던 것 같습니다.
님에게는 제가 타인일 테니 오늘 타인이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 귀 기울여 주실 거죠?
“망종”
망종은 우리나라 24절기 중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입니다. 오늘 날짜인 6월 6일 무렵에 찾아오죠. 벼 같은 수염을 가진 까끄라기 곡식의 종자를 뿌릴 아주 적당한 시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망종 무렵에 보리를 베고 논에 모를 심습니다. 또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매화가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농촌에서는 모내기와 보리 베기가 겹치기에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도 끊임없이 내리는데, 망종 날 천둥이 치면 그해의 모든 일이 불길하다고 믿는 반면 우박이 내리면 긍정적인 징후로 여겼다고 합니다.
출처:한국세시풍속사전
흐린 날과 비 내리는 날이 반복되고 저도 바빠지기 시작했는데, 괜스레 곧 망종이 와서 그런가 싶었습니다.(웃음)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하기 위해 망종을 바쁘게 지내야 하는 농가 사람들을 생각하니, 포기하지 않고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영화 “기적”의 주인공 ‘준경’이 떠올랐습니다.
더불어 영화 “기적”의 장면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반딧불이 가득한 철길을 걷는 라희와 준경의 모습이 망종에 보이기 시작하는 반딧불과 연관지어 생각났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준경이 가족과 함께 사는 시골 마을에는 기차역이 없습니다. 시내와 마을을 가로지르는 기찻길만이 존재하죠. 기차역이 없기에 마을 사람들은 해당 선로를 걸어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마을에서는 그렇게 목숨을 걸고 위험천만하게 길을 건너다 기차를 피하지 못해 다치거나 죽는 일이 많았습니다. 준경은 이 일을 대통령께 알리고 기차역을 만들어 달라고 청와대에 편지를 54통이나 보내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없었습니다.
영화 포스터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준경은 수학과 물리에 능통한 영재입니다. 청와대에 매일 편지를 보내는 영재 소년이 눈에 들어온 라희는 준경을 따라다닙니다. 라희는 준경의 뮤즈가 되고 싶어 하며,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같이 힘써줍니다.
라희의 제안에 준경은 마을 사람들이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도록 기찻길에 신호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또 하나의 사고를 만들었고 준경은 자책감에 빠지게 됩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차역을 만들고자 하는 준경의 목표에 대한 노력은 절대로 멈추지 않았습니다.
노력 끝에 청와대에서 답장을 받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직접 간이역을 만들기도 했으며 철도청 신문에도 실립니다. 또한 유학 제안도 받으며 준경의 비범함과 당참을 비로소 모두가 알아주게 됩니다.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주인공 준경이 발로 뛰는 노력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다다르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의 우여곡절과 사랑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어쩌면 비가 오는 우울한 날, 바쁜 하루 속 지친 님에게 위로와 쉼터가 되는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망종의 시기인 오늘 소개해 보았습니다. 미래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여러분들, 그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고 매화에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 망종처럼 끝내 멋진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 믿으며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