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중 8번째 절기, 소만을 담은 영화는? 안녕하세요 님!
무비레터의 첫 번째 순서를 맡게 된 청명 편집장 ‘썸머’입니다☀️!
저희는 현실의 자아와 영화를 보는 자아를 분리해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자유로운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에디터마다 각자의 닉네임으로 무비레터를 작성할 예정입니다.
각 에디터의 첫 무비레터에는 자신의 닉네임과 관련한 이야기가 들어갈 예정이니 24절기만큼 개성 넘치는 이야기 많이 기대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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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여름이고, 영화 ‘500일의 썸머’를 좋아해 썸머라는 닉네임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특히 여름이 품고 있는 초록색 빛깔과 모든 것이 생동하는 밝은 분위기🌱를 좋아합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여름을 생각하면 금방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제 인생에서 청명 잡지를 발간하는 활동이 여름처럼 기억되길 바라는 소망도 함께 담았습니다.🍀
제 소개를 마쳤으니, 오늘의 절기와 이에 맞는 영화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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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1일, 오늘은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인 소만입니다. 여름 절기에서는 두 번째 절기로, 태양이 황경 60도를 통과할 때를 말합니다. 소만(小滿)은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들어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滿]는 의미가 있습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여름의 문턱을 밟게되는 절기입니다.
출처: 한국세시풍속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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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만에 접어드니 마법같이 낮에는 한여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이 높아져 소만이 뜻하고 있는 것처럼 풍부한 햇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풍부한 햇볕이 드는 소만에 어울리는 영화는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다, 문득 뜨거운 햇볕 속 족구를 사랑하는 온 마음을 다 해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공을 차는 ‘족구왕’ 속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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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T&G 상상마당, (주)황금물고기 (제공)
족구왕은 2014년에 개봉한 독립영화입니다. B급 코미디 요소가 장면마다 가득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은 주인공 만섭이 군대에서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족구에 몰입하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지금 전역하지 않으면, 전역이 불가하다는 무시무시한 말에도 만섭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잠깐 족구를 멈출뿐 아쉬운 듯 운동장을 떠납니다.
만섭은 이후 전역을 하자마자 들뜬 마음으로 족구장으로 향하지만, 족구장은 테니스장으로 변해있습니다. 학자금 대출 이자가 높아져 만섭은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고, 기숙사 룸메이트들은 모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느라 하루 종일 기숙사에 갇혀있습니다. 족구를 좋아하는 만섭의 마음을 제외하고 만섭의 앞에 놓인 현실은 모두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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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T&G 상상마당, (주)황금물고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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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섭은 족구를 좋아하는 마음을 놓지 않기로 합니다. 등록금을 납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족구장 재건립을 위해 교직원이 농담처럼 건넨 총장과의 대화에 참석해 당당히 족구장 재건립을 건의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위에 만섭의 영어 수업 파트너 안나는 족구하는 남자들은 모두 복학생에다 냄새나고 없어 보인다며 족구를 비하하고 족구장 재건립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칩니다. 하지만 만섭은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건 바보 같은 것이라며 깊은 족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냅니다. 만섭의 진심에 안나는 족구장 재건립 서명운동을 돕기로 결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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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T&G 상상마당, (주)황금물고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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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 족구에 대한 애정 하나만으로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행동으로 실현해 나가는 만섭이 부러웠습니다. 오랫동안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 잡지를 만드는 것을 꿈으로 품고 있었지만, 정말 오랫동안 품고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전공자도 아닌, 학생 신분으로 비평 잡지를 만들다 미숙해 보이면 어떡하나, 리더가 처음인데 모든 구성원의 의견을 잘 조율할 수 있을까 등 내면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타인들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며 마음속으로만 계획을 세우고 지우고를 수백 번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만섭의 말처럼, 타인의 시선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숨기고 바보같이 청춘을 흘려보내긴 싫었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수록 행동하지 못한 무형의 계획에 대한 결핍이 커졌고, 더 늦기 전에 영화에 대한 애정을 행동으로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비록 미숙하고 무용하더라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기는 바로 지금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이 모든 것이 청춘의 특권이라 생각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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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T&G 상상마당, (주)황금물고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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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구 대회를 진행하던 중 만섭의 상대 팀 학생이 ‘저희 이겨서 뭐 해요?’라는 대사가 알려주듯, 만섭이 족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로는 당장 ‘족구 대회 우승’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섭은 온 마음을 다해 족구를 하는 과정에서 우정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용기도 얻습니다. 타인의 눈으로 봤을 때 만섭의 족구가 무용해 보일지 몰라도, 만섭은 족구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중요한 지양분을 얻은 것입니다.
영화 후반부, 총장과의 대화에서 만섭이 족구장 재건립을 요구한 이후로 학교에서는 족구가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체육대회 종목 중 족구가 가장 인기 있는 종목으로 떠오르고, 만섭의 족구팀은 뜨거운 햇볕 아래 땀방울을 수없이 흘리며 연습합니다. 수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끝내 만섭의 족구팀은 결승전에 진출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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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먼 미래보다 당장 족구 대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만섭의 모습을 보여주며 끊임없이 현재를 사랑하며 살아가라 전합니다.
영화 속 만섭이 족구를 하며 맞는 햇볕과 가장 유사한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절기는 바로 지금, 소만이라 생각합니다. 풍부한 햇빛과 싱그러운 날씨를 핑계삼아 님도 뜨겁게 사랑하고, 후회는 지나가는 절기에 날려 보내며 소만을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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