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청명과 함께하며 시간을 더 촘촘하게 느낄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이번 한 해가 님께는 어떤 시간이었는지, 저희와 함께 계절의 찰나를 만끽하셨는지 궁금해요. 새로운 한 해의 시작까지 열흘이 채 남지 않았는데요. 몸과 마음을 잘 정돈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추위와 함께 길어지는 밤을 체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한 해 중 밤이 가장 긴 날인 오늘은 ‘동지’인데요.
다들 팥죽은 드셨는지 모르겠어요. 옛말에 동지팥죽을 먹어야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이 있대요. 액운을 막기 위한 의미를 넘어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풍습을 보는 것 같아 동지팥죽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1999년 12월 22일에 쓰인 편지. 그러니까 24년 전의 오늘 쓰인 편지로부터 시작하는 영화 <시월애>입니다.
(출처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지금부터 아주 긴 이야기를 시작할텐데, 믿어줄 수 있어요?”
새롭게 지어진 집(일 마레)에 이사온 성현(이정재)은 우편함에서 이상한 편지를 발견합니다. 1999년. 2년 뒤로부터 온 편지인데요. 서로 다른 시간에서 우편함 통해 연결됨을 알게 된 은주(전지현)와 성현은 편지를 통해 은주는 연인에게서 받은 상처와 상현은 아버지와 관계에서 쌓은 오해를 공유하며 위로와 마음을 주고 받습니다.
(출처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1998년에 카세트 녹음기를 잃어버려 속상했다는 은주의 말에 상현은 은주가 있었던 지하철 역으로 찾아가 녹음기를 되돌려주고, 은주는 상현의 아버지의 소식을 전하며 다른 시차에서 자신들이 서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합니다.
(출처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각자 우울을 털어내는 방법을 공유하는데요. 은주는 성현의 파스타 레시피를 배워 집밥을 해먹고, 성현은 빨래를 하며 마음을 환기시켜봅니다. 우리는 일면식이 없는 둘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편지를 훔쳐보듯 엿보게 됩니다.
(출처 : 브에나비스타인터내셔널코리아)
1999년의 은주만이 성현을 알고 있기에 1997년에 살고 있는 성현은 홀로 은주를 알아보며 만남에 대한 열망을 키워갑니다. 두 사람은 은주의 시간으로부터 1주일 후, 성현에게는 2년과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흐른 2000년 3월 제주도에서 만나기로 하는데요. 은주는 바다에서 성현을 기다립니다. 두 사람은 어긋난 시간을 건너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고통스러운 건 사랑이 끝나서가 아니라, 사랑이 계속되기 떄문인 것 같아요. 사랑이 끝난 후에도…….”
“사랑을 하고, 그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아무것도 잃어본 적이 없는 사람보다 아름답습니다. 기운내세요, 은주씨”
은주와 성현이 한 프레임에 담기는 시간은 러닝타임 중 5분을 넘기지 않지만, 어쩐지 두 사람이 나눈 마음이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어릴 적 아빠는 제게 편지를 자주 써주시곤 하셨는데요. 영화를 다시 보며 ‘편지를 쓰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시간을 간극을 견딜 수 있다며, 사랑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일거야-‘하며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크리스마스, 편지, 새해. 연말과 겨울이 듬뿍 담겨있는 시월애를 통해 아날로그와 낭만을 느끼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라요. 저는 오늘 소중한 사람들에게 간만에 손편지를 적어봐야겠습니다. 주고받았던 흔적들은 애틋한 추억이 될 테니까요.
키키드림
추신.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복된 새해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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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명입니다. 청명의 무비레터는 올 해의 마지막 절기, 동지를 계기로 한 계절 쉬어갑니다.